[타악한 인터뷰] EP.1 비브라포니스트 김예찬_1
헤드: 김윤혜
에디터: 공미정
촬영: 이동훈
《타악한 인터뷰》는 호기심 많은 서드페 인턴 기자 드숭이가 묻고 리듬에 진심인 아티스트가 답하는, 스틱 대신 질문으로 두드리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EP.1 비브라포니스트 김예찬
❝안녕? 나 서드페 인턴기자 드숭이. 오늘은 비브라폰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예찬을 만나고 왔어. 비브라폰이 뭐냐고? 엄청나게 큰 금속 실로폰 같은 거라던데, 몽환적인 유리구슬 같은 소리가 나.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묘하게 중독적인 악기야. 말렛 네 개를 손에 쥐고 그루브를 만드는 예찬은 악보보다 분위기, 정해진 박자보다 자기 리듬에 귀를 기울이는 연주자였어. 비브라폰이 궁금해졌다면, 지금부터 드숭이를 따라와!❞

반가워! 나는 드숭이야. 자기소개 부탁해!
나는 비브라폰 치는 김예찬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드숭아.
비브라폰이라는 악기는 처음 들어보는데 어떤 악기야? 드숭이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줘.
비브라폰은 전국 노래 자랑할 때 나오는 실로폰을 크게 만든 악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나무가 아닌 쇠로 되어 있는 건반이야. 타악기인데 음을 내서 어려운 말로는 ‘유율 타악기’라고 하기도 해. 그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지?
유율 타악기? 조금 어려운데… 이따 챗 지피티한테 물어볼게. 비브라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클래식 타악기 전공할 때 스네어 드럼, 팀파니, 큰 북, 작은북 같은 걸 주로 쳤어. 그러다 마림바라는 악기를 연주했는데, 아까 말한 유율 타악기의 매력에 빠지게 돼서 마림바와 비브라폰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
알아보니까 비브라폰은 재즈에서 많이 쓰이더라고. 그래서 재즈라는 음악, 그리고 비브라폰이라는 악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를 하다 보니 지금 이렇게 하고 있네.
어쩌다 마림바에서 비브라폰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거야?
클래식을 할 때 마림바를 많이 했는데, 클래식 음악이 나한테는 조금 어렵더라고. 내가 듣기 편한 재즈나 대중음악 쪽에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다 보니, 그러려면 마림바보다는 비브라폰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비브라폰을 하게 됐어.

클래식은 정해진 악보대로 연주를 하잖아. 재즈는 반대로 자유롭게 즉흥 연주를 해야 되는데 그런 점에서 어려운 건 없었어?
너무 어려웠지. 처음부터 새로 하는 기분으로 공부를 해야 됐거든. 근데 클래식은 악보에 쓰여있는 대로만 해야 되고, 그거 밖에 할 수 없으니까 좀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비브라폰하고 재즈를 공부하고 나서는 내가 훨씬 더 자유롭게 연주를 할 수 있게 돼서 어렵지만 더 좋아.
드럼을 치다가 클래식 타악기를 전공한 선생님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전공을 하게 됐다고 들었어. 타악기를 전공한 걸 후회한 적은 없었어?
음… 후회가 아예 없었다고 하면 당연히 거짓말일 것 같은데, 그래도 내가 그때 타악기를 안 하고 드럼을 했으면 비브라폰을 하는 사람이 되진 않았을 테니까. 잘 한 선택인 것 같아.
드럼을 다시 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
드럼은 항상 치고 싶은데 너무 어려운 악기야. 드럼은 손과 발이 따로 놀아야 돼서 나는 그게 잘 안 되더라고.
비브라폰보다 드럼이 더 어려운 것 같아?
나는 더 어려운 것 같아. 비브라폰은 두 손만 쓰면 되거든.
타악기 전공은 남모를 고충이 많다고 들었어. 어떤 게 가장 힘들었어?
하나만 잘하는 사람이기도 힘든데 이것저것 다 해야 되고, 흔히 쉽다고 생각하는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탬버린 이런 악기들도 다 해야 되는데 그게 사실 가장 어렵다고 볼 수도 있거든.
근데 그런 건 어디서 배우기도 어렵고, 대학교 들어가서 선배들한테 어깨너머로 배우고 이러다 보니까 쉽지 않은 것 같아.
타악기도 이미 힘든데, 비브라폰은 더 험난한 길을 선택한 거 아니야?
비브라폰이 보기에 힘든 것도 있는데, 일단 되게 크거든. 그래서 옮길 때마다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해야 되는데 너무 무거워서 좀 힘들 때가 있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많이 불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는 사람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
비브라폰이 필요한 음악은 사실 거의 없으니까, 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계속 어필을 해야 되더라고. 그거는 내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말이야. 그게 좀 어렵지만 그래도 재밌게 하고 있어.
그 큰 악기를 공연할 때마다 조립하고 분해하고, 매번 들고 다니려면 운동이 필수겠네.
악기를 옮기는 게 운동이긴 한데, 그거 이외에도 헬스를 좀 꾸준히 하려고 해.
근데 하려고 하기만 하고, 실제로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뭐 그래도 헬스장을 등록은 해놓긴 했어.
남들이 안 하는 길을 선택하면 돈을 적게 벌게 벌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없었어?
돈을 못 벌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하긴 했는데 클래식을 계속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았어. 어쨌든 음악을 시작했으니 굶어 죽을 때까지 일단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아직 굶어 죽지는 않고 어떻게 잘 하고 있네.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타악기를 선택한 거네. 대체 타악기와 비브라폰에 어떤 매력이 있는 거야?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리듬이 제일 쉽게 들린다고 생각하거든. 화성이나 멜로디는 직관적이기보다는 조금 알아야 들리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리듬은 대부분의 사람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 그 리듬을 담당하는 게 타악기니까, 리듬을 더 화려하게 해주고 더 돋보이게 하는 악기여서 좋다고 생각해.
비브라폰은 타악기이지만 멜로디나 화성 같은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음색을 갖고 있는 악기라서 매력적인 것 같아.

예찬의 연주를 보고 비브라폰 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 보통 어떤 반응이 많아?
내가 연주할 때 다들 비브라폰을 보통 처음 본다는 걸 아니까, 멘트를 할 때 ‘이 악기를 아냐’는 질문을 항상 해. 그러면 다들 거의 마림바나 실로폰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말은 못 하는 그런 분위기가 좀 있어. 대부분 비브라폰의 몽환적인 음색을 좋아하는 것 같아. 여담이지만 연주하는 것보다 연주 끝나고 분해할 때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안 가고 다 보고 계시더라고.
나 같아도 구경할 거 같아. 분해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려?
처음에는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달인이 돼 가지고 저번에 재보니까 한 7분 정도면 되더라고.
비브라폰 연주를 할 때 어떤 반응을 받으면 제일 기분이 좋아?
비브라폰이어서 좋았다기보다 그냥 음악이, 연주가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제일 좋은 것 같아. 들어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나를 연주자로서 불러주는 사람들도 비브라폰이 필요해서 불러주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럴 때 비브라폰도 좋았지만 그걸 넘어서 그냥 나라는 사람이 하는 연주가, 음악이 좋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제일 좋아.
비브라폰 악기는 하나만 가지고 있어?
사실 두 개가 있어. 연습과 녹음용으로 작업실에 하나를 두고, 하나는 이동하는 데 써. 원래 하나만 있었는데 그러면 매번 연주하고 갖다 놔야 되니까 내 몸이 남아나지가 않겠더라고. 그래서 지금 돈을 열심히 갚고 있어.

꽤나 비싼 가봐?
아무래도 싸지는 않지.
얼만지 밝힐 수 있어?
얼마 정도 하냐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라고 얘기할게.
비브라폰도 악기마다 소리가 달라?
연주하는 사람은 다른 걸 느끼는데 아무래도 비전공자들은 크게 차이를 못 느끼는 것 같긴 해. 오히려 악기 자체보다도, 비브라폰을 치는 막대기를 말렛이라고 하는데 말렛을 어떤걸 쓰느냐에 따라서 소리가 많이 차이나.
말렛은 보통 얼마나 사용해? 드럼 스틱처럼 치다가 부러지기도 해?
글쎄.. 연주할 때 화가 많이 나면 부러질 수도 있겠지? (웃음) 근데 나는 아직까지 부러진 적은 없었고 한 번 사면 거의 영구적으로 쓰는 것 같아. 말렛은 막대기에 안에 고무나 플라스틱 공 같은 게 있고, 그걸 실로 감는 건데 많이 치면 실이 닳아서 옛날이랑 소리가 좀 달라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뭐 계속 쓸 수는 있어.
그럼 말렛 몇 개 정도 갖고 있어?
세 봐야 알겠지만, 나는 한 손에 2개씩 잡고 하는 포말렛 주법이라는 걸 써서, 4개를 한 세트라고 생각했을 때 한 10세트는 있지 않을까 싶어.
와 되게 많다. 비브라폰 연주자는 말렛 장비병이 있는 거야?
말렛은 사도 사도 계속 사고 싶어. 사실 되게 힘든 건 한국에는 안 팔거든. 그래서 거의 다 해외 직구를 해야 되는데, 내가 연주해 보고 사면 참 좋은데 그럴 수가 없다 보니 항상 샀다가 실패해서 그냥 집에 있는 것도 되게 많아. 연주 영상 같은 거 막 찾아보고 어떤 아티스트가 이런 거 쓰는 것 같으면 그거 괜히 한 번 사보고. 나도 말렛병이 좀 심해.
지금 가지고 있는 비브라폰은 평생 쓸거야?
응. 나는 이 악기를 평생 쓸 생각이야.
▶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