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한 인터뷰] EP.3 뮤지션(드러머) 은아경_2
헤드: 박효범
에디터: 공미정
촬영: 이동훈
▶ 1편과 이어집니다.

아경은 정말 드럼에 진심이구나. 아경이 생각했을 때 드럼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
내가 처음 드럼을 시작할 땐 몰랐는데, 이 북이라는 거 자체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어. 그리고 이 북이 모여 있는 게 드럼 세트잖아. 나는 드럼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내 악기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컸던 것 같아.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거칠어 보이지만 연주를 하면 사실 되게 따뜻하고 부드럽고 섬세한 악기거든. 그래서 내가 힘들거나 보살핌이 필요할 때 마치 드럼이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악기 앞에 앉았을 때 항상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거든. 특히 내가 늘 연습하는 내 드럼 세트는 나와 어쨌든 교감을 하는 거잖아. 그럴 때마다 내가 드럼을 되게 특별하게 생각하고, 많이 사랑하는구나를 느껴.
그래서 드럼이 나한테 주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이 악기의 매력을 하나로 정의하기가 좀 힘들어. 마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한 모습만 사랑하지 않듯이, 내가 드럼을 사랑하는 이상 드럼 안에 있는 수많은 소리와 악기가 주는 정말 수많은 어떤… 이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그런 보석 같은 부분들을 늘 선물처럼 받는 느낌이거든. 드럼의 여러 모습을 사랑하고, 악기 자체를 너무 좋아하니까 내가 지금까지 드럼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다른 악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나는 드럼을 정말 사랑하지만 사실 음악 자체를 사랑해. 그래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치고, 드럼과 함께 연주하는 다른 악기들도 틈틈이 조금씩 다 했거든. 지금도 하고 있고. 내 작업실에 피아노도 있고 기타도 있어. 나는 드럼과 어우러지는 음악의 모든 것들을 사랑해. 그중에서 나의 메인 악기가 드럼일 뿐인 거지.
결국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 그래서 내 소개를 할 때 드러머이긴 하지만 뮤지션이라고 하고 싶은 생각도 커. 왜냐하면 나는 드럼을 사랑하는, 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표현하자면 뮤지션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해.
그럼 이 인터뷰에서는 드러머 은아경이 아니라 뮤지션 은아경으로 소개해 줄게.
고마워. 그럼 괄호 치고 (드러머)라고 해줘. 둘 다 맞는 거니까.
알겠어. 드러머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나 자질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어떤 거라고 생각해?
무거운 엉덩이? 의자 앞에 오래 앉아서 나를 시험에 몰아붙이면서, 고난과 역경의 순간을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음악을 하면 누구에게나 다 시련이 온단 말이야. 진짜 다 와. 힘든 순간이 누구에게나 다 있듯이 음악 하는 사람에게도 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오랫동안 쭉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결국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

슬럼프가 온 적은 없었어? 어떻게 극복했어?
사실 내가 슬럼프가 왔을 때 슈퍼밴드를 하게 됐어. 방송에서 힘든 순간도 있었고,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누구나 시련이 와도 결국 다 극복하고 지나가잖아. 그런 것처럼 나도 그때 많이 배웠고, 좋았던 경험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던 거지. 지금도 음악을 하다 보면 어렵고, 아직 확신이 안 들고, 슬럼프는 언제든 또 올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이제 나한테는 약간 쉴드가 생긴 상태라 괜찮을 것 같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아경은 무대 위에서 행복한 쿼카처럼 웃으면서 연주하잖아.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야?
하지. 왜 안 해. 너도 드럼을 좀 쳐봐서 알겠지만 이 드럼이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있잖아. 그냥 드럼 앞에 앉으면 편해져. 그전까지는 나도 무대 올라가기 전에 살짝 떨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드럼 앞에 앉아서 내가 연주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내가 사랑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나의 표정이나 제스처가 좀 쿼카처럼 나왔던 것 같고 그걸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지.
무대에서 연주할 땐 어떤 기분이야?
살아있음을 느끼지. 이건 뮤지션이라면 다 공감할 것 같아. 진짜 살아있음을 느껴. 그래서 뮤지션은 무대에 많이 서야 돼. 연주를 자주 해야 되고. 내 모든 에너지를 무대에서 막 발산해 내야 돼. 훌훌 털어내서 마음껏 표현하고. 그게 진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인 것 같아.
드럼은 실수하면 티가 되게 많이 나는 악기잖아. 실수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편이야?
실수한 티를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야지. 실수를 했지만 절대 실수했다는 티를 내면 안 돼. 뭔가 잘못됐어도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돼. 그리고 진짜 크게 실수했으면 끝나고 사과드려야지.
진짜 크게 실수한 적도 있어?
있지. 많지.
티를 안 냈구나?
근데 나중에 모니터를 해보니까 티가 나더라고. 그래서 많이 연습했지. 공연 때 100이 나오려면 연습할 때 200을 하라고 그러잖아. 나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연습할 때 열심히 준비를 하면 그래도 무대에 올라갔을 때 조금 실수가 덜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무대 위의 아경과 무대 아래의 아경은 차이가 있어? 있다면 어떤 점이 달라?
나는 무대에선 카리스마가 넘치지! 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아닐 때도 많고… 근데 나는 사실 연주할 때의 내 모습까지 재단하고 싶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내가 갖고 있는 나의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센 음악 같은 거 하면 아마 지금의 나와는 좀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 혹시 지금 좀 무서워 보이거나 그러진 않지?

드럼에 진심인 쿼카 같아.
평소에도 이렇다고 생각하면 돼. 평소에도 이렇게 지내.
아경은 서드페와 인연이 깊잖아. 고등학생 때 고등부 대상을 수상하고, 6년 뒤인 2023년에는 메인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올해는 밴드랑 같이 무대를 꾸리게 됐는데 다음에 또 서드페 무대에 오르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무대를 해보고 싶어?
그때는 내 앨범을 내서 내 음악을 연주해 보고 싶어. 내가 처음 서울드럼페스티벌에서 연주를 했을 때는 섬세한 플레이보다는 좀 더 퍼포먼스적으로 연주했던 것 같아. 그것도 이제 한번 해봤고, 밴드 음악으로도 곧 설 거니까 그 이후에 또 서드페에서 나를 불러준다면 그때는 내 앨범으로 나의 세계를 연주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내년 서드페 경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대상 수상 팁을 준다면?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열심히 준비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연주자들이 종종 있거든. 이 사람은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연주를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것보다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들을 백분 활용해서 ㅡ대신에 그게 나오려면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 노력을 해야 되고, 충분히 연습을 해야 돼.ㅡ 그것들을 즐기면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대상을 수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런데 상을 탄다는 것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음악은 길게 보고 가는 거기 때문에 내가 당장 수상을 못한다고 해도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잖아. 만약 이번에 내가 상을 못 탄다고 해도, 그걸 배움의 기회로 삼아서 또 다음 스텝으로 가면 되는 거니까.
나도 실은 떨어졌었어. 고등부에서 대상을 받고, 성인이 돼서 또 한 번 대회에 나갔는데 나는 그때 입상도 못했어. 그때는 어렸으니까 좌절을 했지. ‘뭐야 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랬는데 끝나고 나서 밥을 먹으면서 아빠가 “별거 아니다. 괜찮다.”라고 위로를 해 주셨거든. 그게 그 당시에는 나에게 조금 속상한 일이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별거 아니더라고. 내가 거기에 나가서 연주를 해보고 경험을 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경연을 준비하는 분들도 수상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그런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 그렇게 나가서 대상을 타면 너무 좋은 거고 축하받을 일이지. 근데 대상을 못 탔다고 해도 너무 좌절하지 말고, 그냥 그 경험들을 즐기면서 한 스텝, 한 스텝 성장했으면 좋겠어.

요즘에는 어떤 게 고민이야?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음악으로 나의 인생을 그려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늘 하는 것 같아. 사실 고민을 하긴 하는데 좀 덜어놓으려고 해. 너무 많은 생각은 결국에 내가 가고자 하는 앞길을 막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많은 생각을 하는 것보다 적당히 고민하고 그냥 해보려고 하고 있어.
아경은 어떤 드러머가 되고 싶고, 음악을 통해서 어떤 걸 전달하고 싶어?
즐거움과 위로를 같이 주고 싶어. 그리고 감동을 좀 주고 싶지. 자라오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을 보면서 받았던 감동을 내가 누군가에게 또 전달하고 싶어. 나라는 뮤지션을 알게 됨으로써 ‘이렇게도 할 수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걸로 인해 좋은 경험치가 쌓이고,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나라는 연주자가 즐거움과 행복과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나만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받음으로써 또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거기 때문에 그냥 그런 상호교환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야.
그렇구나. 음악이나 드럼 외에 취미나 좋아하는 게 있어?
나는 책 보는 것도 좋아해서 요즘 책을 좀 많이 읽는 것 같아.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 아무래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공연을 좋아해. 콘서트든, 클럽 연주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그런 공연을 보는 걸 즐기는 것 같아.
최근에 봤던 공연 중에 인상 깊었던 것 있었어?
최근에 지인이 초대를 해 줘서 보러 갔던 <원스>라는 뮤지컬이 인상 깊었어. 영화 <원스>를 뮤지컬로 만든 건데,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참여형 뮤지컬을 본 적이 없거든. 근데 관객이 같이 박수를 치고,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잠깐 있는데 그때 무대에 올라가게 해 주더라고. 무대에서 심지어 주스랑 와인도 팔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공연이어서 되게 참신했던 것 같고, 내용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울림을 주는 뮤지컬이었어. 너무 재밌게 봐서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난 너무 좋았어.
앞으로의 계획은 뭐야?
일단 지금 잡혀 있는 공연들을 마저 잘 끝내고, 그다음에 올해 앨범을 내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앨범은 아경의 솔로 앨범?
더 픽스도 올해 앨범을 냈으면 좋겠고, 그리고 내 것까지 해서 목표는 더 픽스랑 아경까지인데, 일단 목표를 잡아놨으니 최선을 다해야지.
이제 마지막 질문이야. 프로 드러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응원이나 조언 한마디 해줄 수 있어?
조언은 솔직히 아직 나한텐 과분한 것 같고, 응원을 해드린다면 조금 더 야생마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싶어. 야생마는 하고 싶은 대로, 앞뒤 안 재고 그냥 내가 가고 싶은 길로 마음껏 멋있게 달리잖아. 요즘 시대는 특히나 FM대로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것 같거든.
결국에는 내가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세계가 명확하게 있다면, 분명 그거에 감동하고 좋아해 주는 팬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끝없이 나를 탐구하고, 성찰하고, 연습하는 과정과 더불어서 조금 더 자신의 야생마적인 자유로운 에너지를 마음껏 표현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좋은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고, 힘든 순간에도 잘 이겨내길 바라.
진심 어린 응원 고마워. 오늘 나랑 인터뷰한 거 어땠어?
이렇게 내추럴하고 자유롭게 인터뷰를 한 건 처음인 것 같아. 특히나 드럼이라는 테마 안에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초대해 줘서 고맙고 드숭이가 나를 이렇게 찾아와 줘서 감사하게 생각해.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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