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한 인터뷰] EP.3 뮤지션(드러머) 은아경_2

2025.05.17

헤드: 박효범
에디터: 공미정
촬영: 이동훈

▶ 1편과 이어집니다.

내가 처음 드럼을 시작할 땐 몰랐는데, 이 북이라는 거 자체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어. 그리고 이 북이 모여 있는 게 드럼 세트잖아. 나는 드럼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내 악기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컸던 것 같아.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거칠어 보이지만 연주를 하면 사실 되게 따뜻하고 부드럽고 섬세한 악기거든. 그래서 내가 힘들거나 보살핌이 필요할 때 마치 드럼이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악기 앞에 앉았을 때 항상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거든. 특히 내가 늘 연습하는 내 드럼 세트는 나와 어쨌든 교감을 하는 거잖아. 그럴 때마다 내가 드럼을 되게 특별하게 생각하고, 많이 사랑하는구나를 느껴.

그래서 드럼이 나한테 주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이 악기의 매력을 하나로 정의하기가 좀 힘들어. 마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한 모습만 사랑하지 않듯이, 내가 드럼을 사랑하는 이상 드럼 안에 있는 수많은 소리와 악기가 주는 정말 수많은 어떤… 이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그런 보석 같은 부분들을 늘 선물처럼 받는 느낌이거든. 드럼의 여러 모습을 사랑하고, 악기 자체를 너무 좋아하니까 내가 지금까지 드럼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나는 드럼을 정말 사랑하지만 사실 음악 자체를 사랑해. 그래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치고, 드럼과 함께 연주하는 다른 악기들도 틈틈이 조금씩 다 했거든. 지금도 하고 있고. 내 작업실에 피아노도 있고 기타도 있어. 나는 드럼과 어우러지는 음악의 모든 것들을 사랑해. 그중에서 나의 메인 악기가 드럼일 뿐인 거지.

결국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 그래서 내 소개를 할 때 드러머이긴 하지만 뮤지션이라고 하고 싶은 생각도 커. 왜냐하면 나는 드럼을 사랑하는, 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표현하자면 뮤지션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해.

고마워. 그럼 괄호 치고 (드러머)라고 해줘. 둘 다 맞는 거니까.

무거운 엉덩이? 의자 앞에 오래 앉아서 나를 시험에 몰아붙이면서, 고난과 역경의 순간을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음악을 하면 누구에게나 다 시련이 온단 말이야. 진짜 다 와. 힘든 순간이 누구에게나 다 있듯이 음악 하는 사람에게도 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오랫동안 쭉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결국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

사실 내가 슬럼프가 왔을 때 슈퍼밴드를 하게 됐어. 방송에서 힘든 순간도 있었고,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누구나 시련이 와도 결국 다 극복하고 지나가잖아. 그런 것처럼 나도 그때 많이 배웠고, 좋았던 경험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던 거지. 지금도 음악을 하다 보면 어렵고, 아직 확신이 안 들고, 슬럼프는 언제든 또 올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이제 나한테는 약간 쉴드가 생긴 상태라 괜찮을 것 같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하지. 왜 안 해. 너도 드럼을 좀 쳐봐서 알겠지만 이 드럼이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있잖아. 그냥 드럼 앞에 앉으면 편해져. 그전까지는 나도 무대 올라가기 전에 살짝 떨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드럼 앞에 앉아서 내가 연주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내가 사랑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나의 표정이나 제스처가 좀 쿼카처럼 나왔던 것 같고 그걸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지.

살아있음을 느끼지. 이건 뮤지션이라면 다 공감할 것 같아. 진짜 살아있음을 느껴. 그래서 뮤지션은 무대에 많이 서야 돼. 연주를 자주 해야 되고. 내 모든 에너지를 무대에서 막 발산해 내야 돼. 훌훌 털어내서 마음껏 표현하고. 그게 진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인 것 같아.

실수한 티를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야지. 실수를 했지만 절대 실수했다는 티를 내면 안 돼. 뭔가 잘못됐어도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돼. 그리고 진짜 크게 실수했으면 끝나고 사과드려야지.

있지. 많지.

근데 나중에 모니터를 해보니까 티가 나더라고. 그래서 많이 연습했지. 공연 때 100이 나오려면 연습할 때 200을 하라고 그러잖아. 나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연습할 때 열심히 준비를 하면 그래도 무대에 올라갔을 때 조금 실수가 덜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나는 무대에선 카리스마가 넘치지! 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아닐 때도 많고… 근데 나는 사실 연주할 때의 내 모습까지 재단하고 싶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내가 갖고 있는 나의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센 음악 같은 거 하면 아마 지금의 나와는 좀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 혹시 지금 좀 무서워 보이거나 그러진 않지?

평소에도 이렇다고 생각하면 돼. 평소에도 이렇게 지내.

그때는 내 앨범을 내서 내 음악을 연주해 보고 싶어. 내가 처음 서울드럼페스티벌에서 연주를 했을 때는 섬세한 플레이보다는 좀 더 퍼포먼스적으로 연주했던 것 같아. 그것도 이제 한번 해봤고, 밴드 음악으로도 곧 설 거니까 그 이후에 또 서드페에서 나를 불러준다면 그때는 내 앨범으로 나의 세계를 연주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열심히 준비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연주자들이 종종 있거든. 이 사람은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연주를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것보다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들을 백분 활용해서 ㅡ대신에 그게 나오려면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 노력을 해야 되고, 충분히 연습을 해야 돼.ㅡ 그것들을 즐기면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대상을 수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런데 상을 탄다는 것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음악은 길게 보고 가는 거기 때문에 내가 당장 수상을 못한다고 해도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잖아. 만약 이번에 내가 상을 못 탄다고 해도, 그걸 배움의 기회로 삼아서 또 다음 스텝으로 가면 되는 거니까.

나도 실은 떨어졌었어. 고등부에서 대상을 받고, 성인이 돼서 또 한 번 대회에 나갔는데 나는 그때 입상도 못했어. 그때는 어렸으니까 좌절을 했지. ‘뭐야 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랬는데 끝나고 나서 밥을 먹으면서 아빠가 “별거 아니다. 괜찮다.”라고 위로를 해 주셨거든. 그게 그 당시에는 나에게 조금 속상한 일이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별거 아니더라고. 내가 거기에 나가서 연주를 해보고 경험을 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경연을 준비하는 분들도 수상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그런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 그렇게 나가서 대상을 타면 너무 좋은 거고 축하받을 일이지. 근데 대상을 못 탔다고 해도 너무 좌절하지 말고, 그냥 그 경험들을 즐기면서 한 스텝, 한 스텝 성장했으면 좋겠어.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음악으로 나의 인생을 그려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늘 하는 것 같아. 사실 고민을 하긴 하는데 좀 덜어놓으려고 해. 너무 많은 생각은 결국에 내가 가고자 하는 앞길을 막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많은 생각을 하는 것보다 적당히 고민하고 그냥 해보려고 하고 있어.

즐거움과 위로를 같이 주고 싶어. 그리고 감동을 좀 주고 싶지. 자라오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을 보면서 받았던 감동을 내가 누군가에게 또 전달하고 싶어. 나라는 뮤지션을 알게 됨으로써 ‘이렇게도 할 수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걸로 인해 좋은 경험치가 쌓이고,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나라는 연주자가 즐거움과 행복과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나만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받음으로써 또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거기 때문에 그냥 그런 상호교환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야.

나는 책 보는 것도 좋아해서 요즘 책을 좀 많이 읽는 것 같아.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 아무래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공연을 좋아해. 콘서트든, 클럽 연주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그런 공연을 보는 걸 즐기는 것 같아.

최근에 지인이 초대를 해 줘서 보러 갔던 <원스>라는 뮤지컬이 인상 깊었어. 영화 <원스>를 뮤지컬로 만든 건데,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참여형 뮤지컬을 본 적이 없거든. 근데 관객이 같이 박수를 치고, 공연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잠깐 있는데 그때 무대에 올라가게 해 주더라고. 무대에서 심지어 주스랑 와인도 팔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공연이어서 되게 참신했던 것 같고, 내용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울림을 주는 뮤지컬이었어. 너무 재밌게 봐서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난 너무 좋았어.

일단 지금 잡혀 있는 공연들을 마저 잘 끝내고, 그다음에 올해 앨범을 내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픽스도 올해 앨범을 냈으면 좋겠고, 그리고 내 것까지 해서 목표는 더 픽스랑 아경까지인데, 일단 목표를 잡아놨으니 최선을 다해야지.

조언은 솔직히 아직 나한텐 과분한 것 같고, 응원을 해드린다면 조금 더 야생마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싶어. 야생마는 하고 싶은 대로, 앞뒤 안 재고 그냥 내가 가고 싶은 길로 마음껏 멋있게 달리잖아. 요즘 시대는 특히나 FM대로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것 같거든.

결국에는 내가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세계가 명확하게 있다면, 분명 그거에 감동하고 좋아해 주는 팬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끝없이 나를 탐구하고, 성찰하고, 연습하는 과정과 더불어서 조금 더 자신의 야생마적인 자유로운 에너지를 마음껏 표현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좋은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고, 힘든 순간에도 잘 이겨내길 바라.

이렇게 내추럴하고 자유롭게 인터뷰를 한 건 처음인 것 같아. 특히나 드럼이라는 테마 안에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초대해 줘서 고맙고 드숭이가 나를 이렇게 찾아와 줘서 감사하게 생각해.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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