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한 인터뷰] EP.1 비브라포니스트 김예찬_2

2025.05.06

헤드: 김윤혜
에디터: 공미정
촬영: 이동훈

▶ 1편과 이어집니다.

서드페에서 예찬의 비브라폰을 볼 수 있겠네! 이번 서드페에서는 어떤 무대를 준비했어?

비브라폰이라는 악기를 사람들이 거의 보지 못했을 테니까, 비브라폰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편성의 무대를 준비했어. 먼저 내가 솔로로 나와서 비브라폰 소리를 온전히 들려줄 수 있게 즉흥 연주를 해. 그러고 나서 특별한 순서가 있는데, 전경호 님이라고 마림비스트 분이 계셔. 최근에 합주를 몇 번 해봤는데 시각 장애인이신데도 연주를 너무 잘하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나는 두 눈이 잘 보여도 연주하는 게 어려운데… 전경호 님과 함께 마림바와 비브라폰의 듀오 클래식 곡들을 준비했고, 그리고  마림비스트 서유진 님과 현대 클래식 곡들을 준비했어.
그다음에는 내가 활동하고 있는 두 팀과 연주를 해. 하나는 비브라폰, 베이스, 드럼 트리오로 재즈 스탠다드 곡을 연주할 거고, 마지막으로는 내가 활동하고 있는 ‘포레스텟’이라는 팀의 오리지널 음악들을 들려줄 예정이야.

다양한 아티스트와 다채롭게 무대를 꾸리는 것 같아서 너무 기대된다! 혹시 협업해 보고 싶은 다른 아티스트도 있어?

재즈나 연주 음악 외에도 싱어송라이터 음악도 되게 좋아하는데, 최근에 엄청 빠진 ‘다린’이라는 싱어송라이터분이 계셔. 그분이랑 같이 뭘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평소에 어떤 음악을 많이 들어?

처음에는 ‘비브라폰이 어디에 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 장르 저 장르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듣다 보니까 관심이 생기는 데도 많아져서 최근에는 다린 님이나 장들레 님, 전진희 님 같은 국내 싱어송라이터 분들의 음악에 관심이 많아. 그리고 비브라폰 연주자들 음악은 항상 너무 관심 많고 그렇지.

이건 비밀인데 내가 아까 셋리스트를 잠깐 엿봤거든. 재즈 피아니스트의 음악이 셋리스트에 있더라고. 그런 음악은 어떻게 해석해서 비브라폰으로 표현해?

피아노는 손가락이 10개잖아. 근데 난 손가락이 4개거든.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차이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면서 연주를 하는데,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좀 더 리드미컬하게, 리듬적으로 빈 공간을 잘 채워주면 피아노 트리오랑은 또 다른 사운드가 날 수 있는 것 같더라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 식으로 돌파구를 찾아보고 있어.

즉흥 연주를 할 때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연주해?

사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할수록 나는 좀 말리게 되더라고. 그래서 그냥 생각보다는 당시의 느낌에 집중하려고 해. 야외에서 연주를 한다고 하면 지금 온도가 어떤지, 바람이 부는지 안 부는지, 내 기분은 어떤지, 그런 데에 오히려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되게 재즈스러운 답변이다. 재즈에는 어떻게 빠지게 됐어?

원래는 재즈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데, 어렸을 때 듣기 좋아했던 음악들을 찾다 보니까 그게 재즈인 경우가 많았어. 키스 자렛이나 펫 메스니 같은 아티스트들 음악을 찾아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재즈에 관심이 생겼는데, 또 이게 공부를 하려고 하니까 엄청 어렵더라고. 알아야 되는 것도 많고. 그래서 한때는 재즈가 약간 싫어지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내가 계속 붙잡고 연습을 하고, 좀 더 깊게 알아 가다 보니까 재즈의 정신이라고 해야 될까, 그런 부분이 멋있어서 점점 더 좋아졌어.

작업한 곡 중에서 제일 아끼고 좋아하는 곡이 있어?

EP에 수록돼 있는 곡 중에 <Deep Rest>라는 곡이 있거든. 이번에 서드페에서도 연주할 건데, 그 곡을 제일 좋아해.

드숭이도 그 곡을 제일 좋아해. 포레스텟의 음악을 들어보면 자연을 닮은, 자연스러운 음악이라고 느껴지는데 평소에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야?

응. 나는 자연물을 좋아하고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요즘에는 나무를 보는 게 재밌어.
사람이 만든 건 거의 다 직선이잖아. 나무는 곡선으로 되어 있는데 그 안에 조화가 있는 게 항상 신기하더라고. 사람이 만든 곡선이나 그런 건 약간 지저분한 느낌이 있는데, 나무에 있는 곡선이나 어지러움은 되게 정돈이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아서 나는 자연물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

무슨 계절을 좋아해?

나는 가을을 제일 좋아해. 네 계절 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다 좋아하지만, 여름은 땀이 너무 나서 좀 싫긴 해.

땀쟁이구나?

나 완전 땀쟁이지.

연주할 때도 땀 많이 흘려?

연주할 때 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특히 여름에는 악기를 옮기고, 설치해야 되니까 연주하기 전에 이미 땀 범벅이 돼 있고 그런 편이야.

음악 외에 즐기는 취미가 있어? 평소에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

나는 그냥 먹을 걸 많이 먹고, 술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으로 풀려고 하는데… 그냥 운동하는 친구들끼리 모여가지고 술 먹으러 가는 걸로 푸는 것 같아.

어떤 술 좋아해?

나는…소주가 좋아.

소주 좋아하는 재즈 아티스트라니 멋있다.
예찬은 어떤 음악을 하고 싶고, 음악을 통해서 무엇을 전달하고 싶어?

나는 그냥 듣기 좋고, 편안한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아까 리듬이랑 멜로디 막 이런 얘기를 했는데, 내가 재즈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어떤 음악들은 알지 못하면 느낄 수 없는 곡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알고 나니까 들려서 더 아쉬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거든. 보통은 사람들이 그렇게 깊게 알기는 쉽지 않으니까 좀 더 직관적으로, 가까이 있는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요즘에 모든 것들이 좀 짧아지고, 숏폼 이런 얘기하고 있잖아. 근데 나는 음악은 좀 더 길게 가도 좋은 것 같아. 길게 가서 좀 긴 호흡으로, 큰 호흡으로, 쉬는, 집중하는 시간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

맞아. 요즘 음악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잖아. 그런데 예찬 음악은 5분, 10분씩 되는 것도 많잖아.
요즘 사람들은 긴 음악 잘 안 듣고 중간에 넘기기도 하던데, 그런 게 걱정되진 않아?

걱정을 사실 많이 하지. 많이 하는데, 내가 3분 안에 모든 것을 담기에는 아직 좀 부족한 것 같더라고. 나는 하고 싶은 얘기가 많기도 하고, 그냥 천천히, 길게 가는 것에 또 미학이 있다고 생각해.

국내에 비브라폰 연주자가 4~5명 밖에 없다고 들었어. 비브라폰 연주자들끼리 교류를 하기도 해?

교류를 하기는 하는데, 오히려 같은 악기 하는 사람들끼리는 만날 일이 잘 없긴 하거든.
그렇지만 우리끼리 어쨌든 다 친구로 지내고, 선생님이기도 하고, 서로 알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연주자 수가 적으니까 서로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기도 하겠네. 전우애처럼.

아무래도 전우애가 불타지. 그리고 같이 비브라폰을 연주하던 어떤 친구가 지금은 음향 일을 하고 있거든. 그 친구가 항상 나를 보면서 응원한다는 얘기를 해주는데, 그게 나한테 되게 힘이 되어서 그 친구가 언제든 돌아왔을 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항상 신경을 쓰고 있어.

비브라폰 연주자로 사는 건 어때? 추천할만해?

나는 완전 추천해. 왜냐하면 특별한 사람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 뭐 그게 꼭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재밌는 것 같아. 남들이 거의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긴 하지만, 내가 새로운 걸 만들어 간다는 느낌도 있어서 좋고, 다양한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드숭이도 만나게 됐고. 혹시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 도전해 보기를 추천해.

아쉽지만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오늘 나랑 인터뷰한 거 어땠어?

너랑 얘기하면서 좀 내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즐거웠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