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한 인터뷰] EP.2 드러머 신드럼_1

2025.05.09

헤드: 김윤혜
에디터: 공미정
촬영: 이동훈

《타악한 인터뷰》는 호기심 많은 서드페 인턴 기자 드숭이가 묻고 리듬에 진심인 아티스트가 답하는, 스틱 대신 질문으로 두드리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EP.2 드러머 신드럼

❝ 안녕? 서드페 인턴기자 드숭이야. 오늘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드러머, 신드럼을 만나고 왔어. 뮤지션이자 레이블 운영자, 기획자이자 문화 생산자로서 신드럼은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끊임없이 리듬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야. 이 사람, 한 마디로 설명하긴 어려워. 궁금하지? 그럼 드숭이랑 함께 신드럼의 비트 속으로 들어가보자! ❞

안녕 나는 드럼을 치고 있고, 레이블과 공간도 운영하고 있고, 공연 기획도 하고 있고, 음악 관련된 비즈니스도 하고 있고, 여러 가지를 하고 있는 신드럼이라고 해.

의도한 건 아니고 성이 신씨라서 신드럼이 된 것뿐인데, 그렇게 불러주시는 분들이 가끔 있지.

군대에 있을 때 ‘신드럼과 김기타’라는 그룹을 했거든. 그때 생활관에서 팀명을 뭘로 할까 고민하는데 누워서 동기들이랑 얘기하다가 어떤 마술병이 김기타와 신드럼이라는 아이디어를 줬어. 이름을 입에 잘 붙는 걸로 바꾸다 보니 신드럼과 김기타라는 그룹이 탄생하게 됐지.

중학교 1학년 때인가 밤새워서 공부도 하고, 한국에서 다들 하는 것처럼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더 열심히 공부할수록 성적이 계속 떨어지는 걸 경험하고 부모님이 ‘교회에서 드럼이나 한번 쳐봐라’ 하셔서 중학교 때 취미로 드럼을 시작했어. 고등학교 때는 ‘이제 이걸 내가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쭉 지금까지 오게 됐어.

입시 생각하면 힘들었지. 내 생각에는 제도의 문제인 것 같아. 음악이라는 건 다양성이 사실은 너무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길로 가는 걸 너무 중요시 생각하고, 그런 걸로 너무 과열되다 보니까 드럼을 칠 때 재미도 많이 잃었던 것 같아. 그냥 어떻게든 학교 가려고만 열심히 했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좀 힘들었던 것 같아. 그래도 그 사이사이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버텼던 것 같아.

어릴 때는 존메이어랑 활동을 오래 했던 스티브 조던이라는 드러머를 많이 좋아했고, 지금은 더 루츠라는 밴드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 퀘스트 러브나 카림 리긴스라는 드러머를 좋아해.

입시를 하기 전에는 흑인 음악을 접할 기회는 많이 없었어. 내가 원래 다니던 학원은 장발에 트윈 페달을 밟고 메탈 하는 학원이어서 그땐 그런 음악 위주로 접했거든. 그러다 미국에 살고 있는 어떤 형이 교회에 잠깐 와서 존 메이어 같은 음악들을 들려주면서 스티브 조던이라는 드러머를 알게 됐는데, 그때 흑인들의 드러밍을 처음 접한 것 같아. 입시하면서 사람들이 음악을 많이 추천해 주니까 그때 흑인 음악들을 많이 듣게 됐고, 그게 내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매번 다른 것 같은데 요즘은 스네어를 좋아해. 좋아하는 리듬은 8비트인데, 8비트도 결국에는 내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되고 음악의 기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8비트를 좋아하는 것 같아.

스틱은 윈센트에서 내 시그니처 스틱이 나왔는데, 그 스틱이 팁도 재즈틱하게 좋고 무게도 적당하고 내구도도 좋아서 그걸 잘 쓰고 있어. 장비로는 요즘 전자드럼 모듈을 통해서 하이브리드 드러밍을 많이 연구하고 있고, 라이브도 하고 있어서 전자 드럼 모듈을 꼽겠어.

펄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렇지. 외부의 어떤 상황에도 내 펄스를 지켜서 갈 수 있는 힘이 진짜 필요한 것 같아.

이전에는 딱히 없었는데 코로나 때 스티브 겟이 루디먼트 교재를 낸 게 있는데, 거기에 웜업 페이지가 있어서 해보니까 도움이 많이 돼서 그 웜업은 종종 하고 있어.

무대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 신드럼이라는, 그러니까 내 무대로 한 시간을 채운다고 했을 때 내가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지, 나를 한 가지로 규정하기도 좀 어려운 것 같고, 그렇다고 기존에 해오던 드럼 페스티벌의 이미지로 가져가기보다는 이번 무대에서는 문화를 조금 더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었어.

그래서 첫 무대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밴드인 소울 딜리버리로 시작할 거야. 자유로운 즉흥 연주 기반이고, 어떻게 보면 재즈적인 즉흥 요소가 많이 들어 있어. 그다음에는 DJ SAGARAXX라는 일본인 DJ와 함께하는 무대인데, 우리 둘 다 90년대 초중반 뉴욕 스트릿 문화에 크게 기여했던 힙합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함께 해봤어.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바이브이지만 그게 그 당시에만 있었고, 메인 스트림으로 가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기 때문에 90년대 초중반 뉴욕 스트릿 문화에 있던 화합을 사람들한테 다시 들려주자는 취지로 DJ와 드럼이 같이 트랜지션하고 재밌게 노는 짧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야.

그다음은 원래 신드럼 밴드로 활동했던 팀인데 지금은 ME-41 Units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팀과 함께 할 거야. 곧 싱글이 나올 예정인데, 일렉트릭하고 댄스 음악 기반인, 펑크적인 요소가 있는 그런 팀이야. 이 세 가지 무대를 한 번에 보여주려고 하고 있어.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던 건 스트릿 문화에서 댄서도 빠질 수가 없는 것 같아서 한 곡 정도는 중간에 스트릿 댄서가 올라와서 춤을 춰주기로 했어.

소울 딜리버리는 즉흥 연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잼 하면서 음악도 만들고 활동하는 밴드야. 잼이라는 형태가 음악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다른 분야와의 협업까지도 잼으로 보고 있어서, 다양하게 여러 방면으로 정해지지 않는 것들을 순간에 집중하면서 하고 있는 밴드인 것 같아.

기타 치는 친구(Joon’s second life)랑 베이스 치는 친구(용훈)가 대학교 동기고, 그때부터 친하긴 했는데 각자의 활동과 여러 가지를 하다가 10년 정도 흘러서 코로나 때 연남동에 신드럼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다시 만났어. 스튜디오에 빈방이 있어서 멤버들이 들어왔고, 기타 치는 친구는 런던에서 유학 생활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작업실을 같이 쓰면서 심심하니까 ‘잼이나 하자’ 해서 잼을 했다가 아내(하은)가 합류해서 네 명이 잼을 계속하게 된 거지.

그때 서로 너무 재밌고 이야기들이 잘 되고 하다 보니까 ‘이거는 앨범으로 내야겠다’싶어가지고 앨범으로 나오게 되고, 그게 계속돼서 지금까지 활동하게 됐지.

처음부터 브랜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 어떤 식으로 우리가 브랜딩을 할 것이고,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해서 우리가 DIY로 앨범 커버라든지, 마케팅 방식이라든지, 피칭이라든지, 여러가지를 하나씩 다 우리 손으로 직접 해봤어. 기타리스트 친구는 앨범 녹음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갔어서 어차피 라이브 활동은 할 생각이 없었어. 지금처럼 이렇게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될 줄은 처음엔 몰랐던 것 같아.

우리는 노는 마음으로 항상 하니까, 기타 치는 친구가 런던에 있으니까 그냥 막연하게 우리 다음에는 네가 있는 데 가서 녹음해보자 했었는데, 녹음하러 갔던 시점에 한국대중음악상에 우리가 노미네이트됐다는 소식을 들은 거지. 그러면서 더 본격적으로 사람들한테 알려지게 되고, 사람들도 우리를 찾아주게 되고, 그러면서 활동이 더 지속되게 된 것 같아.

▶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