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한 인터뷰] EP.2 드러머 신드럼_2

2025.05.09

헤드: 김윤혜
에디터: 공미정
촬영: 이동훈

▶ 1편과 이어집니다.

지금도 많이 시켜 먹지만 그 당시에는 진짜 자주 시켜 먹었어. 인원수 때문에 어디 가서 못 먹으니까 거의 맨날 시켜 먹었지.

크게 떠오르는 게 우리 1집(FOODCOURT)에 있는 라이프 스프인데, 그게 인생 국밥이라는 거야. 풀 네임은 ‘김치가 맛있는 인생 국밥’인데 그걸 진짜 일주일에 세네 번씩 시켜 먹으면서 그 추운 겨울을 보냈던 기억이 있지.

그런 날도 당연히 있지. 우리가 평소에 대화하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해. 친구들 만나도 그럴 때가 있듯이, 연주라서 다른 게 아니고 결국 그 사람의 어떤 걸 대변하는 거고, 악기는 도구일 뿐이니까 어느 날은 네 명이 다 하고 싶은 얘기가 없을 때도 있지.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가 그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근데 누군가 한 명은 꼭 할 말이 있어. 연주할 때 누군가가 할 말이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소리로 느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할 말이 많은 친구를 좀 더 밀어주게 돼지.

베이스치는 용훈이랑 대학교 때부터 음악 취향도 잘 맞았고, 연주적으로도 잘 맞는 것 같아.

신드럼 개인 활동이나 다른 활동할 때는 좀 더 기준을 정해 두고 캐릭터나 사운드를 명확하게 설계하는 편인데, 소울 딜리버리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거기 때문에 그걸 잘 담으려고만 하고 있어.

소울 딜리버리 하면서 더 많이 솔직해졌고, 솔직한 것 같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 뿐 사실 영감은 항상 내 주변에 있어서, 나만 알아차리면 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 것 같고, 결국 내 안에 공간이 있어야 영감이 오는 것 같아.

신드럼 개인 앨범은 그 당시에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냥 ‘이때의 나를 남겨야겠다’싶어서 만든 거여서, 가끔 듣긴 하는데 잘 안 듣게 되는 것 같아.

소울 딜리버리 같은 경우에도 원곡을 듣기보다는 라이브 하면서 버전이 계속 바뀌고, 편곡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 바꿔서 하기 때문에 과거의 것들은 잘 안 듣기도 하는 것 같아.

우리가 항상 있던 곳에서 벗어나서 다른 지역에서 뭔가를 한다는 게 그 지역의 문화도 다르고, 국내만 해도 지역마다 느낌이 다 다르니까 그런 데서 오는 새로운 감정들이나 경험들이 모티브가 되는 것 같아.

지역으로 묶긴 했지만 우리가 그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결국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냥 어떤 경험을 했냐인 것 같아. 런던 같은 경우에도 특별히 런던이라서 라기보다 그냥 우리가 거기를 가기로 했고, 거기에 가서 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곡 제목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

소울 딜리버리는 각자의 해석을 모아서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똑같은 메뉴를 먹어도 각자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맛있다고 해도 서로가 어떻게 맛있다고 느끼는지 사실 잘 모르고, 각자의 기준도 다르고, 느끼는 게 다 다르잖아. 근데 그 다른 게 모여서 오히려 더 확장성을 가진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좀 더 각자의 경험과 새로운 접근, 시야 같은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

‘NEW WAVE’와 ‘Daydreaming’, 두 곡이 제일 좋은 것 같아.

음악 좀 들을 줄 아는구나?

조금 더 프로듀싱적인 걸 생각하려고 해. 혼자 할 때는 좀 더 샘플링 기반의 음악들을 만들려고 하고, 그리고 이제 연주력으로 만들기보다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리스너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만드는 건 아니지만, 듣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어떤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는지를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 작업할 때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바라보려고 하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의 방향성이 찾아지는 것 같아.

‘am i shaking like a human?’이라는 곡인데,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우리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인간들이 로봇한테 지는 날이 온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려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런 내용들을 표현하려고 했어. ME-41 Units으로는 우리가 로봇이나 기계인 것처럼 좀 컨셉추얼하게 하려고 해. 곡의 멜로디도 보코더가 했고 비트박스를 코더에 넣어서 기계음처럼 만들기도 하고. 이렇게 보여지는 것뿐만 아니라 안에 있는 내용은 결국 우리가 휴머니즘을 잘 가지고 가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잃고 있진 않은지, 세상의 기준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너무 버리고 몰라주고 있는 건 아닌지라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어.

드러머들한테 슬랭 같은 거였어. 교회에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사람들이 꼬아서 리듬 소망 사랑이라고 많이 불렀고, 나도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장난치고 다녔어서 자연스럽게 그 슬랭을 가져와서 브랜드로 만들게 된 거지.

뒤에 있는 그림은 리듬소망사랑이 매년 여는 뮤직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페스티벌 기간 동안 그린 걸 가져온 거야.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캔버스였는데 끝나면 관객들과 아티스트들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 나오는 거지. 다른 그림들은 리듬소망사랑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하은이 디자인도 많이 하고 있어서 하은의 작품들이 좀 있지.

육체적으로는 지치는 것 같고, 작년을 생각해 보면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친 것 같아. 작년에 정신적으로 지쳐 보니까 ‘어떻게 이걸 내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하게 됐고, 그래서 올해는 요가나 명상도 많이 하고, 내 안에 있는 호흡을 좀 더 신경 쓰고, 나 자신을 많이 바라보고 들여다보려고 하다 보니까 도움이 돼가지고 정신적으로는 괜찮은 것 같아. 근데 이제 육체적으로 힘든 건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

지금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건 괜찮은데, 워낙 다양한 일들을 하다 보니까 스케줄링이 항상 어렵고 나한테도 이제 매니지먼트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야. 내가 해야 될 업무량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상이다 보니까 그런 게 쌓여 있을 때 좀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

내가 해야 될 업무는 일찍 일어나서 오전 중에 다 처리를 하려고 하고 있고, 오후부터는 대부분 음악 활동이나 스케줄을 가거나 해. 대기 시간이나 이동 시간에 아내가 운전해 주면 내가 일을 보고, 내가 운전할 때는 아내가 디자인이나 다른 일을 하는 식으로 시간을 쪼개서 활용하고 있어.

쉰 지가… 안 쉰 지 사실 몇 년 된 거 같아서… 쉴 때는 여행을 가는 것 같아. 해외여행을 계속 가려고 하는 이유는 벗어나는 시간이 강제적으로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냥 여행이 취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작년 가을에 태국 갔던 것도 좋았어. 평소에는 여행 스타일이 많이 돌아다니고, 뭐 사러 가고, 경험 많이 하고 이런 걸 좋아하는 데 그때는 태국 가니까 할 게 없어서 일주일 내내 쉬기만 했거든. 근데 그렇게 가본 여행은 또 처음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

22살 때부터 10년 넘게 세션을 했는데, 나도 어릴 때 생각하면 그때는 어떻게든 그냥 일을 한 거였어서 내 옷이 맞지 않는 세션들도 많이 한 거지. 예를 들면 발라드를 했다든지. 왜냐하면 난 어릴 때부터 발라드도 듣지 않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들을 계속해왔던 게 나한테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 이후에 내 음악도 좀 하게 되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면서부터 좀 달라진 것 같아.

그래서 지금 내가 같이 세션하고 있는 잔나비나 솔이나 따마나 이런 친구들한테 내가 아티스트로서 리스펙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가 아티스트인 개인으로서 나의 길을 계속 가고 있기 때문에 리스펙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들의 니즈에도 최선을 다해서 경청해 주고, 같이 고민해 주고, 단순히 내가 일용직 노동자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협력해야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는 걸 항상 주장하고 얘기하기 때문에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아티스트들한테 감사하게도 사랑을 많이 받게 된 것 같아.

남들은 음악 하면 돈 못 번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걸 계속 파고들면 나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 남들이 생각하는 기준 안에서 놀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찾아가고, 계속 그 길을 가다 보면 그게 대체 불가능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드러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한국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좀 많이 눌려 있는 것 같은데 규제돼 있는 시스템 안에 갇혀서 생각하기보다, 남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걸 멈추지 말았으면 좋겠어. 프로 드러머로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정확히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알고,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좋으면 할 수 있는 어떤 에너지와 힘이 필요한 것 같아.

그런 것을 잘 유지하고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이제 현실적인 고민이 생기는데 꼭 드럼으로만 돈을 벌어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지금 공간 운영이나 여러 가지 부수적인 수입을 통해서 이걸 굴릴 수 있게 된 거기 때문에, 수익 창출 부분에서도 내가 꼭 드럼으로만, 음악으로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 아니면 알바를 하더라도 내 삶을 좀 더 길게, 멀리 보고 이거를 잘 굴러갈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재밌었어 내 얘기 잘 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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